No.1772 Post
<518> 518민중항쟁 35주년 기념 추모미사
Post Date : 2015-05-22     Hit : 515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미사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강론
 
2015년 5월 18일 19:00
광주 남동 5.18 기념 성당
 
+평화를 빕니다.
 
  1980년 5월 광주는 외로운 섬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80년 5월의 흔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합니다. 어린 자식을 남겨놓고 5월의 영령이 되어버린 아버지, 어머니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자식들을 5월의 제단에 바친 그 아픔을 당신들의 가슴에 묻어버린 부모님들, 같은 피를 나눈 형님, 누나, 동생들을 5월의 총탄에 먼저 떠나보낸 형제들의 애절한 가슴은 치유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5.18을 겪으면서 생존하신 분들 역시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마음 편히 살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5월이 되면 그들이 겪었던 큰 아픔에 대한 기억으로 생존자들에게 5월은 더욱더 고통스러운 잔인한 달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더 큰 아픔은 5.18 광주 민중항쟁은 민주화 운동으로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과 정의 평화를 위해 희생한 5월의 숭고한 뜻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는 것입니다. 광주를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성지라고 자부하면서도 3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딴 나라의 외딴 섬처럼 여겨지고 있어 또 다른 아픔이 전해져 옵니다. 아직도 5.18의 아픔이 치유되지 못하고 그 정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것 또한 우리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자녀로서 창조된 자녀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강제로 빼앗거나 짓밟을 수 없는 인권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 인권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더 나아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고 언젠가는 평화 통일까지도 지향하는 5월 광주정신을 우리 각자가 책임감 있는 의식을 지니고 나아가야 합니다. 80년 5월 우리 광주 시민은 대동단결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체험하였으며 이 대동단결은 중요한 광주정신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혹여 개인은 개인대로, 단체는 단체로, 이해관계에 따라 4분5열이 되어 대동단결이라는 표현이 부끄럽게 되지 않았나 생각되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5.18민주항쟁 35주년을 맞이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5월의 아픔을 과거에 일어난 비극으로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미래 희망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5월 정신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계승하여 우리 스스로가 그러한 정신으로 살면서 우리 삶 가운데 정의와 평화가 흘러넘치도록 합시다. 우리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신앙인들은 5.18정신을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 안에서 승화시켜 생활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서 말로써나 행동으로도 비상식적인 일체의 폭력은 삼가도록 우리 자신을 절제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데에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이 불리한 여건의 상황에 처해있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의탁하며 정의와 평화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에 더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말씀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이들을 위하여 몸소 자신을 내놓으신 예수님과 결부될 때에만 이 행복선언의 참뜻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예수님이 사람들이 기다리는 메시아인지 묻자 예수께서는 당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는 표정으로서, 기적과 함께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복음 선포를 제시하셨습니다. 여기서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히 물질적 가난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로든지 불의와 부정으로 인해 부당하게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행복선언의 말미에 예수님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성경의 이 예언자란 단순히 미래에 닥쳐올 사정을 미리 알려주는 직분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에 일어날 하느님의 뜻을 전달해주는 소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예언자가 되어 어떠한 형태이든지 억울함으로 희생되는 이웃들의 인권과 정의와 평화를 지켜주는 예언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혹시 이로 인해 우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우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그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참된 예언자가 되는 것이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광주정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이었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조국해방과 동시에 남과 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70년의 긴 세월 동안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우리 민족은 여전히 분단의 아픔과 동족상잔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단 7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민족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예언자적 소명에 얼마나 충실히 살아왔는지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남북 분단과 갈등이 빚어내는 왜곡된 현실을 외면해 버린다면 신앙인의 소명을 져버리는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분단 70년을 맞아 올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남북 간의 참다운 형제애와 화해의 부족으로 한반도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남북 간의 형제적 사랑을 회복해 나가야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하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정부와 북한 당국에도 간절히 요청합니다.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은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 그리고 미래에 이루어질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의 협력은 정치적 이념이나 이익에 우선되어야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분야의 모든 분들이 각자의 직분에서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나아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쏟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주민주화운동 서른다섯 돌을 맞는 오늘,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무뎌진 마음을 움직여 지금 ‘1980년 광주’처럼 어려움에 처한 지구촌 형제들과 보다 깊은 연대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청합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광주 전남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어떠한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똑같은 소중한 존재로 존중받는 인권과 정의평화,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에 모범을 보일 때 5.18 민주 영령들에게 덜 부끄럽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더욱 힘 있게 확산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님, 저희 모두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며 박해받는 사람들과 더불어 참 평화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정의와 자유와 생명의 존엄성이 우리 사회곳곳에 충만할 때까지 우리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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