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820 Post
2016년 4월 25일 광화문 시국미사
Post Date : 2016-05-12     Hit : 555

 
최종훈 신부 강론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목국 성서사도직)
얼마 전 세월호 2년 미사가 있기 전에 주교님과 다른 교구청 신부님과 한자리에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세월호 미사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가 어떤 신부님께 “세월호 2주기 미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때 신부님에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세월호 2주기 미사가 아니라 2년 미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주기 미사하고, 2년째 미사하고 뭐가 다를까? 저는 그게 그것이겠거니 그냥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4월 16일 팽목항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도저히 거기서 미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가는 도중에 팽목항이 아닌 진도체육관에서 미사를 한다고 연락을 받고 진도 체육관으로 모였습니다. 제가 같이 지냈던 프랑스에 계신 신부님이 그때 갑자기 귀국을 하셔서 팽목항 으로 한번 가보고 싶으시다고 해서 팽목항을 들렀는데 그때부터 비가 많이 오더라고요. 저도 1년 만에 팽목항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본당에 있으면서 신자분들과 함께 미사를 가면서도, 가봐야지 하면서도 못 갔던 기억인데, 지난 4월 16일에 팽목항에 들리면서 답답함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먹먹함이 좀 들었습니다.
진도체육관에서 미사를 시작하고 미사가 끝나갈 무렵 영성체가 끝나고 한분의 어머니께서 올라오셨습니다. 저희 광주교구 식구들은 다 아시겠지만 미수습자 중 한분인 조은화 양의 어머니께서 오셔서 저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700일이 넘는 2년 이라는 시간동안 저는 아직 그날을 살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는 순간 2주기가 아닌 2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참사가 있었던 그날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그 하루를 2년 동안 사신 겁니다. 이제는 딸을 볼 수 있는 희망보다는 딸이 그 안에 있지 않을까봐 무섭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울었고 옆에 계신 분들도 울었고, 거기 진도체육관에 3천 명 정도 모이셨는데 그 모든 분들이 함께 울었습니다.
그 눈물에 저는 굉장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냥 저에게는 아픈 하루였고, 먹먹한 하루였고, 힘든 하루였지만, 누군가에겐 시간이 멈춰버린 하루였고, 누군가에겐 두려움이 되어버린 2년 이였습니다. 아무것도 내가 한 게 없다는 부끄러움, 나는 뭐하고 살았나,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부끄러움, 그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 ‘귀향’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귀향’이라는 영화를 보고 맨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다시 한 번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뭐하고 있었나? 저렇게 많은 사람들, 저렇게 많은 마음들이 한곳으로 모아 여기 있는데 나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나? 라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2년 만에 이 광화문을 찾았습니다. 2년 전에는 교황님께서 오셨던 때입니다. 그 이후로 서울에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부끄러웠습니다. 광주교구 신부님들과 아침 11시에 출발해서 7시 광화문미사 전에 먼저 서울대병원을 들렸습니다.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이 누워 계신지 164일째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처음 갔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할 일 많다는 핑계로 한번 찾아보지 않았고 한번 올라올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엊그제 지방에서 성서 강의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저희 광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신 이영선 신부님으로부터 강론 제의를 받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얘기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떤 걸 얘기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집에 왔습니다. 집에 와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7시에 이영선 신부님께서는 항상 오늘 하루 기도할, 묵상할 것을 단체 문자 방에 올려 주십니다. 어떤 때에는 읽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바빠서 또 왔구나 생각 하며 읽지 않고 넘길 때도 많습니다. 내가 여기 서서 누군가를 욕하고 누군가에게 잘 하라고 할 자격이라도 있는 가? 그냥 부끄러웠습니다.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어머니 얘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 중에는 천주교 신자인 정치 당선자들이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지금 나처럼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저기 뒤에 있는 사람이 나처럼 부끄러워한다면, 정치인들이 나처럼 부끄러워한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의 눈물과 그들의 분노와 그들의 사랑과 그들의 노력에 그들은 얼마만큼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하고 있는지...
오늘은 마르코 복음 사가 축일입니다. 마르코 복음 사가는 어쩌면 부끄러워서 복음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로마의 박해로부터 나의 친구들, 나와함께 기도하고 나와 함께 예수를 믿었던 그 친구들이 옆에서 끌려가고 죽었습니다. 십자가에 처형되고 사자의 밥이 되어 죽었습니다. 하지만 마르코는 살아있었습니다.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어쩌면 그 부끄러운 마음으로 복음서를 썼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기에, 자기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어쩌면 예수님의 이야기를 예수님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는 우리에게 너무나 위대한 것으로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부끄러우십니까? 저는 부끄럽습니다. 어찌 살아야 할지 또 부끄러워져야 될 거라 저는 계속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그 자리에서 내가 만나는 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누군가의 노력과 누군가의 눈물이 헛되지 않게 그들에게 부끄러워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부끄러워하며 그들에게 그들의 눈물을 나의 부끄러움을 전했으면 합니다. 대통령도 자신의 자리에서 부끄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자리에서 부끄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부끄러워하셨으면 합니다. 미안해 하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 부끄러운 마음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더 큰 사랑을 함께하는 위로를 주실 거라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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