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수녀/광주인권평화재단 사무국장 (2018.10.15/ 광주매일 기고문_19면:오피니언)
내가 스리랑카를 방문한 때를 떠올린다. 약 8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국가 폭력으로 인해 아들, 오빠 자식을 잃고 아파하며 가난 속에서도 가족 간에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사는 그들은 어느 시절 우리나라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그것은 내가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시민으로서의 존재를 인식하며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광주인권평화재단은 가공할만한 국가 폭력으로 인해 고난과 죽음 앞에서도 ‘참된 인간 참된 우리’의 몸짓으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할 정신과 가치가 무엇
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 1980년의 5월 정신을 잇고, 당시의 고립된 광주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해준 많은 은인들을 기억하면서 감사와 보은의
정신을 담아 지금 고통 받고 있는 이웃형제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연대하여 인권과 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리랑카와 인도, 필리핀, 네팔, 파키
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등 광주인권평화재단은 아시아지역의 인권상황이 열악한 곳에 작은 지팡이가 되고자 연대하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사업
으로는 인권교육과 조사연구사업, 풀뿌리단체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인권유린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을까 놀랍고 가슴 아픈 현실들을 파악하며 동참하고 연대한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연대를 통해 서로를 읽어내고 감동한다. 연대는 문화를 변화시키고 혁명을 이룬다.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가는 것보다 더디 가더라도 열사람이 한걸음을 내
딛는 공동선을 향한 상호협력은 사회를 변혁하고 그 변혁은 해방과 기쁨을 생산한다. 광주는 1980년 5월에 겪은 고립무원의 폭력상황에서 자치공동체와
대동세상을 맛보고 이뤄냈으며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성장하고 계승되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인식하든 아니든 비우고 나누려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광주시민이 있고 또한, 존재하고 연대하며 기억하고 이어가려는 그들의 행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 광주인권평화재단은 광주광역시외 지구촌 연대 활동에 함께하며, 아시아의 국가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인권을 회복하고 나아가 아시
아의 평화와 인권증진을 꿈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 사업은 20여년이 넘게 아시아 인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아시아인권위원회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인권위위회는 아시아지역의 인권증진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는 조직이다.
지난 8월 모니터링을 통해 아시아인권위원회가 얼마나 적극적이며 효과적으로 아시아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아시아인권위원회의
실무진들은 다양한 나라(네팔, 인디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홍콩 등)에서 온 이들로 각국의 상황을 현지인의 관점으로 연대하고 조사하여 인권을 회복
증진할 방법들을 모색하며 활동하고 있었다.
나는 아시아의 인권활동가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광주”가 아주 특별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을 느낀다. 지난 달 광주인권평화재단을 방문한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의 활동가들은 광주의 5.18기록물,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나서 현재의 광주와 비교하며 자신들 국가의 민주회복을 꿈꾼다고 하였다. 나는 아직도
이뤄내야 할 과제들과 아픔들이 없지 않음을 알기에 마냥 유쾌하게 인정할 수만은 없었지만, 그들의 나눔은 내게 참 자랑스런 광주임을 느끼며, 부끄럽지
않도록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광주정신이 아시아에 뿌리내리고 성장하고 열매맺어가도록 재촉한다.